2022년 회고록

January 08, 2023

2년 만에 작성해보는 회고록

남편의 반강요에 의해 작성하는 것도 있지만, 둘이 함께 회고까지 한 마당에 안 쓸 수가 없다.

그동안 괜히 쓰기 싫고 이뤄낸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회고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사실 부끄러워서 쓰기 싫었다.

생각해보면 꼭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회고록을 작성하는 것인가? 라고 다시 자문해보면 그건 아니다. 회고의 사전적 정의는 돌아다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다. 그래서 한 해를 돌아보고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생각해보았다.

2022년 12월 24일 밤 9시에 남편이랑 마주 앉아서 30분 동안 짧게 1년간의 회고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1년 동안 한 것도 많지만 깨닫고 배운 점도 많았다.

다음 4가지 주제를 돌아보면서 회고록을 작성하기 위해 2년 만에 마크다운 파일을 열어본다.

2022년 한 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15년 만에 장롱에서 운전면허증을 다시 꺼냈다. 2021년 12월 중순에 운전 연수를 받았고, 운전 초보자랑 무면허 둘이 함께 우당탕탕 드라이브하러 다녔다. 나는 정말 운전만 했고, 모든 교통상황과 내비게이션을 남편이 봐준 덕분에 운전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연초에는 남편을 강제로 쉬게 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재작년부터 작년 초까지 너무 힘들어해서 잠시 일을 그만두고 쉬게 했다. 5개월 정도 쉬면서 미뤄놨던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며 본인한테 시간을 잘 사용한 것 같다. 지금 회사를 고를 때도 본인 커리어를 위해 신중히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잠시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년은 나한테도 조금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2022년 초에 계획해둔 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21년도보다 책을 3권 더 읽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문득 작년 중반쯤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야겠다고 작성했는데 이력서에 추가할 내용이 많지 않았다.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남편 이력서와 너무 비교되어서 더 현타가 왔었던 것 같다. 남편이 너무 힘들면 그냥 쉬라고 몇 번 얘기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때 안 쉬고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8월쯤에 남편에게 커리어 상담을 요청했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와 실력을 냉정하게 바라봤고 앞으로 더 나은 경력 관리를 하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같이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참 좋은 동료를 옆에 두고 있었고, 남편도 본인을 많이 써먹으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유는 1, 2년 차일 때 서로 우당탕탕 해서 피한 것도 있었고 내 실력이 다 들통날 것만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제대로 경력 관리를 못 한 내가 부끄러운 탓이었다.

다시 한번 남편한테 커리어 상담을 받은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큰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고 회사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병목을 찾아서 하나씩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루고 미뤘던 Next.js 버전 업그레이드를 작년 말에 잘 마무리했다.

2022년 한 해 후회하는 것

2022년에 후회하는 것 중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책을 조금밖에 읽지 못한 것이다. 재작년보다 3권은 더 읽었고 다독보다는 정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책의 재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작년에 읽은 책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은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이란 책이다. 작년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회사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안 하고 지냈을 때, 돌이켜보면 내가 상자 속 안에 갇혀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일찍 상자 밖에서 나와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못 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도 상자 속에 갇혀 있을 때보다는 상자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한 지금의 회사생활이 더 재미있다.

그리고, 남편에게 커리어 상담을 더 빨리 요청해볼 걸 이란 후회가 든다. 그랬으면 내 경력과 회사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는 있다. 그렇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하나씩 팀에 기여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후회되는 것은 남편 생일 때 여행은 갔지만 생일선물을 못 해줬다. 아직도 생일선물 언제 통관되냐고 물어본다. 올해는 생일선물 꼭 해줘야겠다. (올해도 안해주면 평생 놀릴것같다.)

2022년 한 해 배운 것

작년에 남편이랑 너무 바빠서 여행을 못 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 11월에 2박 3일로 속초를 다녀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남편이 가자고 제안했을 때 숙박과 버스표를 바로 예매했다. 우리 부부 성격상 이렇게 안 하면 평생 못 갈 것 같았다.

여행 가서 남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지 당신 인생을 정말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엇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힘들고 지칠 때는 개발자가 내 길이 맞나? 라고 생각도 했었고, 다른 일을 하려면 뭘 해야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남편한테는 말했지만 스스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내 목표를 위해 달려볼 것이다. 재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기능개발과 유지보수만 하다가 처음으로 프론트엔드 핵심 라이브러리 버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물론 삽질의 연속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 버전 업그레이드하면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내가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했고, 팀 내에 이 과정을 공유했다.

나는 예전부터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려주거나 여러 명 앞에서 발표할 때 심장과 목소리가 항상 떨린다. 그래서 발표하라고 하면 매번 마음속으로 거부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팀 내 발표 덕분에 발표하라고 할 때의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음 지식공유 주제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발표에 있어 떨림은 여전하지만, 거부감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것이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이어서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지식공유를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많은 고민을 했다는것이다. 예전의 내 발표는 흐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진행되었다면 그래도 지금은 흐름을 생각하며 기승전결을 어느 정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남편이 동영상으로 찍어오면 떨리는 것에 대해 같이 피드백하자고 했는데 창피해서 계속 안 찍고 있었다. 다음 지식공유 때는 무조건 동영상 찍어서 남편과 같이 이야기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제일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상자 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2023년 목표

최근에 운동을 너무 안 했다고 생각해서 작년 7월에 필라테스를 다시 등록했다. 남편과 같이 다니고 싶었지만 정말 시간이 안 맞아서 혼자 다니게 되었다. 지금도 주 1회를 다니고 있지만 체력 증진을 위해 운동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라이딩을 잠시 쉬고 있었지만 (사실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대고 게을러서 안 탄 것도 있음) 올해는 무조건 시즌 오픈 할 계획이다.

운동 말고도 다음 목표를 세워봤다.

  • 회사에서 병목 찾고 해결하기.
  • 지식공유 꾸준히 해서 떨림을 많이 없애고 발표 더 잘하기.
  • 책 한 달에 한 권은 읽기.
  • 코틀린 공부하기.
  • 번역과 출간까지 성공하기.
  • 우리 집 마련
  • 남편이랑 더 많은 시간 보내기.
  • 영어 공부하기.
  • 이 회고록을 시작으로 블로그 복구하기.

1월 1일부터 매번 작심삼일로 실패했었던 독서와 영어 공부를 매일 하고 있다. 목표는 크게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목표만 크게 잡고 세부적으로 나누질 못해서 늘 포기했었던 것 같다.

매일 TodoList로 관리하는 이유는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을 체크해 보기 위함이다. 일주일을 해 본 결과 평일에는 독서와 영어강의 듣고 문장 2~3개 정도 알아가는 것이 적당한 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리즘 문제 푸는 것도 목표에 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것은 평일에 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계획을 조금 바꿔봐야겠다.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시간 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장시간 출퇴근을 하다 보니 버리는 시간이 어마어마하여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지 아직도 고민이다.

얼떨결에 남편 덕분에 회고록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 글을 계기로 블로그를 복구해서 올해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려봐야겠다.